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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ok

죄의 궤적

by pinike 2023. 5. 19.

소설 죄의 궤적을 읽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중 가장 최근인 2019년작이고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아이를 유괴한 어느 바보와 한 형사의 이야기이다.
1권은 재밌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상 불쌍하면서도 도덕적으로는 용납이 안되는 행동을 이어나가기에 잘 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응원하기가 선뜻 어려운 안타까운 그 사이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
세상이 힘겹고 악하기에 약자를 이용해먹으려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를 끊임없이 죄악으로 이끌고 들어가고 주인공은 뇌의 장애로 인해 죄책감없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렇기에 1권의 발단과 전개까지는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었지만 이후 2권부터의 사건 진행은 특별한 내용도 없을 뿐더러 특히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사의 시선을 집중해 조명하지만 실은 그저 당연히 형사로서 해야할 정도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 이 이야기에서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함은 없었고 그 외 여관 딸을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있으나 없으나 이 소설의 핵심에 맞닿아 있지 않은 겉치레 수준이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
더욱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일본경찰의 행정조직 및 업무특성 등을 너무 강조하여 장황히 설명하고 있어서 그들의 직책 수직관계성이 이 책이 하고 싶어하는 말, 즉 인간의 죄성과 환경적 딜레마라는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나머지 다른 이야기로 적당히 분량을 덮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반전이야 아무리 미스터리한 범죄물이라도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었고 상황상 있으면 안되는 윤리적 지점을 이미 쌓아버린 이후라 다른 결론은 생각할 수 없었기에 너무 무난할까봐 넣은 마지막 추격신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악역 딱 한명만 벌받으면 모든 이야기의 마무리가 완벽해지는 많은 상업영화의 기시감 가득한 선택 대신 처음 시작은 그였지만 이후 상황은 그저 한 개인의 잘잘못의 문제를 넘어서는 좀 더 큰 개념을 건드리는 식의 스토리텔링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2023.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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