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작 한국영화 파주 Paju 를 봤다.
장르는 드라마인데 멜로가 주된 내용이지만 로맨스라기 보다는 띄고 있는 형식때문에 미스터리물에 가까워 보인다.
박찬옥 감독은 초반에 단편연출과 후반에 제작책임을 주로 맏고 장편연출은 질투는 나의 힘과 이 영화 파주 두편이 전부인 듯 하다.
영화는 흔한 대중영화처럼 명료한 감정을 남기기 보다 알 수 없는 분위기와 혼란스러운 여운을 남기는 불투명한 작품이어서 오락적인 영화는 아니기에 호볼호가 갈릴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속내를 비치지 않는 가라앉은 톤이 오히려 우리네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깊게 볼 수 있었다.
영화가 어렵게 느껴졌다면 당연히 시간의 순서를 뒤섞은 탓일테고 하지만 단순히 시간에 따른 경과만을 보여줬다면 인물의 내면의 혼돈이 이만큼 극대화되어 표현되지는 못했을꺼라는 생각에 관람자는 인내를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 냉정히 보면 이선균은 어리석은 사랑과 희생을 하는 호구남이고 서우는 자신의 감정도 어찌할지 몰라 철없이 행동하는 이기적인 여자 같다.
그리고 이 둘을 사랑이라는 테마로 굳이 엮어서 이 기구하고 운명론적인 험한 삶을 스스로 걷게 만들게 한 감독이 변태처럼도 보인다.
이 둘에게 사랑이란 서로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닌 멀어지고 떨어져야 상대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어 생겨나는 사랑처럼 보였다.
아마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패가 판에 던져졌지만 유치한 불륜놀이가 아니면서도 정서상 거부감이 없는 이야기를 해내야 되니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인연으로 가닥을 잡은 듯 해보이기도 한다.
보면서 답답했다면 의도대로 성공한 것일테고 그래선지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잘짜여진 이야기에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을 능숙히 잘 깔아서 한층 작품성을 올려놓았지만 개인적으로 서우의 외모가 너무 예뻣던 것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자 이야기에 개연성을 없애는 장치라 느껴졌던 것이 이 정도로 예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런 삶을 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2021.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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