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원작 한국영화 82년생 김지영 KIM JI-YOUNG, BORN 1982 을 봤다.
배우 활동을 하다 독립영화를 시작한 김도영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며 정유미, 공유가 주연으로 연기한다.
영화는 예상대로 생각보다 괜찮았고 우려했던 선을 넘는 부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세심한 마음으로 헤아린 여러 에피소드는 여성이 아님에도 많은 공감을 자아냈고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익숙해진 여성차별에 대한 오래된 관습과 문화를 자연스레 녹아냈기에 납득하고 수긍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여성의 마음과 입장을 대변하기에 적당한 영화였고 그만큼 위로의 기능도 잘 해내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한쪽 입장에 기대어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본래 목적과 한 인물에게 여성이 당하는 고충을 여럿 담으려다 보니 너무 불행한 모습만 강조하여 보인듯한 경향이 또하나의 편견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 모습이 있었고 아이를 키움에 있어 힘든 나날도 있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축복된 시간은 비중이 덜 담은 것 같아 아이는 그저 짐처럼만 느껴지게끔 표현한 내용도 부족한 면이 아니었나 했다.
또한 연출적으로는 시어머니가 독한 역을 맡아한 만큼 확실한 빌런을 설정한 것이 너무 장치처럼 느껴졌고 여성들을 비하하는 뒷담화하는 조연들도 몰아가기를 위한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눈물을 쏙 빼놓고 말겠다는 의지의 빙의를 활용한 신파 연출이 가장 눈살찌푸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정유미나 어머니는 연기가 연극톤이기는 했지만 신파와는 잘 어울리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제 역활을 잘 해낸 반면 공유는 그 주뼛거리며 우유부단한 포지션도 별로였던데다 표정 연기시 보이는 특유의 그 얼굴 눌리는 모습이 어색하고 우스워 몰입감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고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한 것이어서 시대적으로 적당하고 적합해 보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너무 세상적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가치관들이 지나치게 자신의 이익과 손해로 나누어 세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했고 그래선지 마가복음 10장 55절에 예수가 말씀한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의 문장이 떠올려졌다.
불평등이 평등으로가 아닌 혐오와 편가르기로 변질되어가는 지금, 평등을 넘어 섬김에 이르기까지 성숙하고 선한 변화를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인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2021.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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