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작 영화 엘리펀트 Elephant 를 봤다.
드라마 장르이고 구스 반 산트(거스 밴 샌트) 감독의 연출작이다.
감독의 전작 중 봤던 작품으로는 투 다이 포,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트 정도인데 아이다호를 아직 못 본 것은 아쉬운 일이다.
감독의 죽음 시리즈 3부작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하고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며 1999년에 일어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다루었다.
교내 학생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인물의 교차방식을 통한 그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는 연출이 독특하게 다가오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다 후반부 총격장면에 이르면 이유를 알 길없는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황당케 된다.
범죄적 시각으로 본다면 도덕불감증 등의 여러 진단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정보가 차단된체 삼자의 눈으로 보는 이 평범한 시각으로 본다면 그저 수위가 높은 단순 해프닝이 일어난 것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게임 심즈나 심시티같은 심시리즈의 가상세계에 관객이 카메라가 되어 이 세계관의 공간을 유영하듯이 돌아다니며 마음껏 구경하는 와중에 발생한 계획된 이벤트처럼 다가왔는데 또 어떤 사람은 이 세계를 야생의 동물의 세상으로도 본 모양이다.
그렇기에 특별하지 않는 일상을 아무 설명없이 보여주는 이 영상에 더욱 편견없이 학생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예견된 죽음앞에 각자각자가 겪는 삶의 에피소드들은 사소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오히려 소중하게 다가오는 역설도 보여주어 먼나라 기사로만 접한 피해학생의 텍스트가 숨쉬는 인간으로 살아서 다가온다.
엘리펀트라는 제목은 코끼리 만지는 부위에 따라 다른 장님의 상상에 대한 고사에서 가져왔다는데 충분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가 영향을 받았다던 동성애, 나치즘, 게임, 왕따 등이 빠지지 않고 영화속에 녹여져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다 스쳐보듯 워낙 건조하고 짧게만 다루고 있기에 이 역시 어떤 이유를 찾아내려하는 기존의 영화문법을 빗겨간 오히려 그것이 이 비극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져서 확실히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신선한 연출이 대단한 감각이었음을 되뇌이게 해주어 큰 여운을 남긴다.
2021.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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