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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카포티

by pinike 2021. 8. 23.

2005년작 영화 카포티 Capote 를 봤다.
실화 바탕의 드라마이며 상당히 인상적으로 봤던 머니볼을 연출했던 베넷 밀러 감독의 바로 전작이자 첫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작품이다.
1960년대 천재작가 트루먼 카포티는 영감에 이끌려 일가족 살인사건의 두 범인을 만나 감옥 인터뷰를 진행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한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영화는 영화 자체로만 봐도 이해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기에 사전지식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그래도 한가지 언급을 하자면 그의 개인사보다는 그가 남긴 업적 정도로서 그 전까지는 그런 경향이 없었나본데 그가 논픽션을 소설화한 최초의 실화소설 이후 현재까지도 그러한 방향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전부터 워낙 유명한 영화여서 보긴 봐야되는데 하고 있었었는데 이번에 왜이리 작품성이 높게 평가받는지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났던 것이 가장 큰 것 같은데 작가와 범죄자의 서로 다른 욕망이 아슬아슬하게 타협해가며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밀고 당김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함께 보여주어 씁쓸함을 남기었다.
특히 78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말해주듯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영혼을 갈아 넣은 것 같은 흡입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상 가장 눈여겨 봐야할 것은 아마 카포티의 변화였을텐데 초중반 카포티는 범죄자의 사형을 이용해가며 심리적으로 유혹 혹은 압박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가져왔고 그로인해 써내려간 소설 혹은 본인이 겪은 에피소드로 창작욕과 명예욕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었던 인물이었는데 영화의 후반부 그가 오래토록 취재해왔던 자신과 닮은 그 사람의 죽음이 확정되고 눈으로 목격하면서 그의 가치관은 달라지고 어릴 적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로 취해왔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매우 무거운 주제를 깊이있게 풀어낸 영화였기에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것을 부족함없이 표현해낸 호프만의 연기도 굉장한 것이었다.
보다보니 영화속 호프만의 모습이 최근의 멧 데이먼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호프만의 초기작 리플리에서 멧 데이먼과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히려 멧 데이먼이 호프만을 닮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혹시 '데이비드 게일'과 닮게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예상도 해보았는데 그런 오락적인 기술에 기대는 영화가 아니었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다.
영화를 다보고 나니 일찍 떠난 호프만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2021.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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