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작 헝가리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Testrol es lelekrol, On Body and Soul 를 봤다.
소 도축장 재무이사 남자와 품질검사원 여자가 교미가루 도난사건으로인한 경찰의 추천으로 알게된 섹시 정신과의사를 통해 두사람 사이 조용하고 눈이 내린 하얀 겨울 숲속 아름다운 연못에 모인 두마리의 사슴에 관한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함을 동시에 띈 로맨스 장르였는데 높은 평점과 수상이력이 말하듯 매우 좋은 영화였고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문학성이 돋보였으며 잔잔하며 심도있지만 난해하거나 지루한 면이 없고 둘 사이 관계의 궁금함과 긴장감도 잘 이끌고 있어 재미면에서도 상당히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는데 영어 제목에서 이미 BODY와 SOUL을 드러내는 만큼 둘 중 하나씩을 읽은 외로운 각 두사람의 상태를 상징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꿈에서 두 사슴이 만나는 것으로 결핍된 부분을 서로 채우고 싶어해선지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결국 둘은 결합되지 않을 수 없는 사이로 그리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사슴은 꿈이기에 실체는 없지만 꿈속에서만큼은 자유로이 뛰고 산책하는 영혼을 그리는 것 같고 소는 창틀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영혼을 가진 존재였지만 결국 고기덩어리가 되어 인간의 배속을 채우는 음식으로서의 육체만을 표현한 것 처럼도 보인다.
그렇다고 소가 사슴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기 보다는 인간에게는 소와 사슴의 두면이 모두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알지만 그동안 익숙하게 살아온 시간이 있기에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간단치가 않아 서로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는 서툰 과정을 밟지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고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는 두사람의 결합은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BODY와 SOUL 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세웠지만 이 세상을 사는 특히 지금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를 대놓고 그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솔직히 대부분 남자는 육체적이고 여자는 정신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현실에서도 이 영화에서처럼 신경써줬는데 나에게 관심안주는 여자가 싫은 남자, 남자따위 멀리하는 통나무같은 고집센 여자 캐릭터는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 뉴스에서도 20대 현대인의 섹스리스 이유로 남자는 파트너 부재, 여자는 관심저조 였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여자가 자살시도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데 과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꼭 그녀의 배경을 따지지 않더라고 인생을 조금 살아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수긍할 수 있을꺼라 생각하는 것은 개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각자 다르고 그 가치를 잃을 때 살아가야할 이유도 잃기 때문에 계산적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재밌는 것은 같은 꿈을 꾸고 심지어 같은 팔에 상처가 생기는 우여곡절 끝 그토록 원하던 두 사람의 결합이 이루워져 사슴의 꿈을 더이상 이어갈 필요없게 되었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진리를 고수하려는 것인지 결국 달라진 것은 없음을 보여주면서 같은 꿈도 이젠 안꾸겠다 향후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어 마치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잘살꺼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굳이 이 로맨스 영화의 마지막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우스우면서 슬프다.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로 사슴을 들 수 있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사슴의 어우러짐이 자연의 경이함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사람보다 뛰어난 사슴의 연기력이었고 동물 트레이너와 영상 편집의 힘이었겠지만 어떻게 그리 절제하면서도 필요한 행동을 해주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특히 후반부 사슴이 달리는 장면은 웅장한 감동을 전하며 마치 화면이 앞에서 뒤가 아닌 뒤에서 앞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마저 주어 눈을 뗄 수 없었다.
또한 결정적인 장면에서 흘러나온 OST Laura Marling 의 What He Wrote 역시 그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목소리톤의 슬픔속 아름다움이 영화의 전체 감성과 잘어우러져서 인상깊었다.
두 남녀가 주인공이어서 그 두사람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감성이입이 됐던 인물은 사실은 덩치는 산만한데 마누라에게 꼼짝없이 붙잡혀사는 한국 아저씨들을 대표하는 듯한 인사부장이어서 이 남자는 결혼을 해서 이 모양으로 살고 영화 남주인공은 결혼을 안했기에 애인도 생기는 듯 해서 외로움과 교감을 말하고자 한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국 일단 결혼은 안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되어 버렸다.
2021.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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