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아수라 アシュラ, Asura 를 봤다.
사토 케이이치 감독은 처음인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전에 세인트 세이야: 레전드 오브 생츄어리를 본 적이 있어 그 작품과 너무 결이 다른 것에 의아하긴 했다.
배경이 되는 시대는 불분명하지만 전쟁이 한창인 시기 나라에 기근이 심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약탈을 일삼는 혼돈의 때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의 DNA인지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버려진 이후 사람을 죽이고 그 인육을 먹으며 자라는 소년 아수라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영화는 연출이 훌륭하고 작화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며 일본 특유의 중2감성도 덜하면서 메시지의 전달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어 근래 들어 본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예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전쟁의 역사를 살피다보면 기근이 너무 심해 자기 자녀를 삶아 먹었다는 기록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이 지옥같은 끔찍한 환경 가운데 태어난 아이는 말그대로 짐승처럼 자랄 수 밖에 없었고 인륜을 교육받지 못한체 본능에 따라 이끄는 삶을 살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스님과 여자로 인해 서서히 사람됨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이 그를 괴롭혔지만 결국 소년도 자신안에 내제된 도덕률이 있었을테니 그 치열한 내면의 싸움 끝에 인간됨을 회복했던 것일테다.
어찌보면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처럼도 보이는데 사실 인육을 먹는 것으로 짐승같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 요즘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같아 보여도 가만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참상까지는 아니어도 현대의 삶은 그 못지 않은 죽고 죽이는 시대와 닮아 있고 그 속의 인간군상의 모습은 남을 죽여서 잡아먹고 나를 배불리는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누가 누구보고 짐승이라 비난할 수 있는지 그 손가락끝을 피해갈 사람을 찾기 힘들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지금의 껍데기를 살짝만 들어 내려다보면 그 내면은 끔찍하기 이루 말 할 길이 없어 인간의 역사는 단한번도 아수라가 아닌 적이 없었것을 확인하는 순간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악하고 또 악한 지 헤아릴 길이 없다.
쌀을 얻기 위해 아이를 죽이려 산을 오르는 수많은 일꾼들의 욕망가득한 눈빛속에서 이 시대의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21.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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