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작 영화 제로법칙의 비밀 The Zero Theorem 을 봤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연출작으로는 전에 브라질, 12 몽키즈,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를 봤고 이번 영화 역시 전작과 유사하게 미스터리 판타지 SF 장르였다.
전체적인 구성과 전개는 브라질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미학적인 부분에서는 12 몽키즈가 떠올랐다.
회사원인 어느 한 남자는 인생의 의미를 전해줄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며 재택근무를 신청하지만 가혹한 근무조건에 괴로워하게 되고 그를 위로해주는 것은 우연히 알게 된 업소녀 뿐이다.
난해한 면이 일부 있었지만 큰 흐름은 알기 쉽도록 짜여져 있었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나리오이기보다는 철학적 메시지에 중점을 둔 이야기였기에 오락적인 재미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감독의 연출 세계를 체험하는데에는 충분해보였다.
특히 독특하고 다크한 세계관과 그것을 표현해주는 미장센이 괴기한 느낌을 잘 전해주었는데 화려한 C.G를 사용하기보다는 컬트한 색깔이 강한 색감이나 소품 디자인을 활용한 것들이 미스터리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었다.
그가 꿈꾸는 희망이란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우리안의 나에서 자신만의 세계로 둘러쌓인 유토피아로 떠나 누구의 간섭없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었을텐데 현실은 그런 꿈마저 도구로 이용되는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인데다 인간의 이기심을 먹고사는 우리의 혼돈스러운 모습의 최후는 결국 0 으로 귀결되기에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어리석음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선지 영화 내내 화면 모서리가 라운드처리된 것이 누군가가 꾸준히 모니터하듯 객관화된 상대 즉 부속품으로서의 삶을 연출하는 장치로 보였다.
물론 자본주의적 디스토피아를 식상한 주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이 이미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영원히 계속될 주제일 것 같고 다만 그 표현 방식이 달라질 뿐일 것이다.
주연인 크리스토프 왈츠는 강한 역할을 주로 맡아와서였는지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연기 자체는 훌륭했고 별 정보없이 봐선지 멧 데이먼, 틸다 스윈튼이 조연으로 등장해서 깜짝 재미를 전해주었으며 그 외 낯 익은 배우들도 눈에 띄었는데 사장 아들역의 루카스 헤지스의 외모가 꽤 좋은 편이어서 다른 틴에이저 영화나 장르물 정도에서 본 적이 있겠거니 했는데 검색해보니 의외로 작품성이 높은 영화에 꽤 출연했던 것을 확인하고는 인기몰이 오락영화에는 출연의사가 별로 없나보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2021. 05. 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