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원 [사랑이 그리움뿐이라면]
용혜원씨 시는 나랑 잘 안맞나보다.
읽어봐도 공감이나 감동같은 것이 안느껴진다.
시가 나와 안맞는게 아니고 내가 시를 이해를 못하는게 아닌가도 싶다.
특징이 있다면 시집 뒤쪽에는 예수님을 찬양하는 기도의 시가 여러편 실려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집에서 괜찮았던 시 한편을 소개한다.
2009.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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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나는 투쟁도 하지 않았는데
피투성이가 되었다
허공에 내던져진 열 손가락을 끌어당기고
28마디의 손가락을 움켜지고 있는데
피투성이가 된 이유는 무엇이냐
심장조차 도려낼 수 없는
쓰라림을 소리치며 웃다
길가 상품처럼 전시되어 가는
과거를 아는 녀석이
미친듯이 웃고 있을 때
나는 꼬꾸라져 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바람불지 않는 날은
웃도 울도 못하는 꼭두각시가 되고
비오는 날은
사형수가 되어 방황하며
집으로 돌아갈 줄 몰랐다
책을 보고 있을 때
글자들이 열지어
눈 앞을 빙빙 돌아도
하얀 백지 위엔
아무런 이유도 생기지 않았고
허공에 내던져진
열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였는데
아무런 투쟁도 못한 채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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