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작 영화 위핏 Whip It 을 봤다.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의 여성에 이야기를 다룬 만큼 여성인권과 자유를 주제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유쾌하고 가볍게 이끌고 있어 날카롭고 자극적이지 않았던 면이 오히려 설득력이 좋았던 것 같다.
엄마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딸도 드레스를 입고 미인대회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더욱 즐거워하는 것은 거친 스포츠였고 당연히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힌다는 설정은 매우 일차원적인 수준미달의 클리셰이기는 하지만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나고 실제로 아직도 그런 사고의 어른들이 많기도 하고 당연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최근의 여성들의 태도는 아니어서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바람핀 남친 스토리까지 끼워넣어야 했나 싶었는데 왜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할 때 남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신의 위치가 바로 서게 된다 여기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 또한 그러한 뒤틀린 심리적 요소를 여성들 입맛에 맞으라고 삽입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한 의도 역시 유치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남자가 바람을 펴야 남자 뺨을 때리면서 나는 나야 하며 한 명의 인격으로서의 여성이 되고 남자가 바람을 피지 않고 그녀만 바라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 하며 남자랑 꽁냥꽁냥 붙어있는 남성 소속녀가 된다는 영화에서나 많이 보던 생각 저변에 깔린 이런 고정관념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우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언제나처럼 아무 정보없이 봤는데 주인공은 아니나 다를까 불편녀 엘렌 페이지 였고 드류 베리모어가 분량이 적다 생각했는데 확인하니 이 영화 감독이 드류 베리모어여서 약간 서프라이즈였고 줄리엣 루이스도 꽤 비중있게 등장하고 그 외 출연진도 상당히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이어서 의외로 캐스팅이 화려한 편이었고 따라서 감독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한건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밌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스케이트 액션이 확실히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마추어틱한 부분은 아쉬웠다.
밝고 긍정적인 영화인 만큼 대체로 즐겁게 봤는데 그 중에서도 난장 푸드파이트 장면은 보는 사람도 동화될 만큼 엉망진창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상대팀 에이스가 주인공의 나이를 알게 되었음에도 비밀을 지키는 시나리오는 꽤 나이스한 선택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갈수록 혐오가 만연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인간이 얼마나 악한지를 알기에 그 현상이 더 심해지지 줄어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처럼 강조하지만 평등과 우월을 혼돈해서는 안되고 모두 동일한 것이 평등이 아님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2020.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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