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 를 봤다.
5개국 합작영화라고 하는데 스페인 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컬트적이면서 판타지한 세계를 주로 그리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연출작이고 이 영화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12몽키즈도 좋았고 헐리우드 자본 냄새를 살짝 풍기던 그림 형제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도 역시 좋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면 단연 어릴 적 상당히 충격적으로 봤었던 브라질이 되겠다.
다른 작품도 제작 당시 곤욕이 여간 아니었는데 이 돈키호테 영화는 꽤 오래전에 기획을 시작하여 매치고 엎어지고를 반복하여 완성되기까지 상당히 고충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됐건 주연은 아담 드라이버, 조나단 프라이스, 올가 쿠릴레코 등으로 확정되었고 흥행은 썩 잘된 것 같진 않다.
그렇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치고는 영화는 의외로 재밌었고 깊이도 있어서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어찌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와 유사하지 않나 하는 기분도 들었다.
사실 더 정확하게는 본래 돈키호테 원작의 에피소드를 현대적으로 판타지하게 각색 했을 뿐이지 그 메시지 자체는 그대로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씁쓸했던 점이라면 이상과 현실에서 이상을 마음에 품고 동경하는 순수함을 아직 가진 부류들은 늘 못가진 서민 계층이고 현실이 이미 이상에 가깝기에 현실에 머무르길 원하는 부류들은 기득권층이기에 닿을 수 없는 꿈을 꾸는 동화와 같은 상상과 같은 소재는 여전히 반복하여 소모하는 문화 예술적 아이템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좌충우돌 모험담도 재밌었고 돈키호테 할아버지의 막무가내도 귀엽게 느껴졌지만 무엇보다도 수많은 속물 인간들의 얼굴 속에서 혹시 현재 내 모습이 있지는 않는지, 나이를 먹고 게을러지고 생각이 굳으면서 내가 바로 편협하고 꽉막힌 그들이 되어 있는 건 아닌지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20.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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