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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망상대리인

by pinike 2020. 6. 12.

2004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망상대리인 妄想代理人: Paranoia Agent 을 봤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이고 총 13부작이다.
곤 사토시 감독의 그림체와 작품성이 마음에 들어 계속 찾아보다 극작용 영화는 다 봤고 남은 작품이 이것이라서 보게 되었다.
소년 배트에게 일반 시민들이 하나둘 습격을 당하게 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들 사이 연결점은 무엇인지 서서히 밝혀지는 옴니버스식 미스터리물이었다.
곤란한 상황에 몰린 현대인들의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소년 배트라는 망상은 정신적 궁지에 몰린 자신을 일시적으로 도피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작품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적당한 변명이나 촛점을 벗어난 화제꺼리로 자기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민낯을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속에 판타지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이끌고 있어 염세적이면서 기괴한 분위기로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런 다크한 연출은 처음 퍼펙트 블루때부터 시도해왔던 것이었고 꿈과 현실의 혼돈은 망상대리인에 이어 파프리카에 와서 확고해지며 이런 기분 나쁜 괴랄한 분위기는 이후 동서양 영화에 종종 차용되고 오마주되게 된다.
시리즈 마지막편에 와서야 그래도 어느 정도 제대로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결국 세상이 주는 압박과 부담에 피해자인척 외면하지 말고 거짓은 엄연히 거짓이니 진실과 마주하며 이겨내자 쯤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세상은 또다시 끝없는 압박과 부담으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고 궁지에 몰아넣기에 소년 배트는 또다시 되살아날 것이고 현실도피의 굴레는 반복된다는 씁쓸한 여운도 남기고 있다.
난해하기는 해도 작품의 완성도와 개성이 뛰어난 만큼 이후 새로운 작품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감독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만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다름이다.

 

2020.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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