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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by pinike 2020. 5. 28.

소설 원작 2017년작 이탈리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을 봤다.
로맨스 장르의 남성 퀴어영화였다.
동성애자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전작 서스페리아는 1977년 원작을 인상깊게 봐서 리메이크작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본 상태이다.
내용은 단순해서 어느 날 나타난 낯선 사람과 사랑하고 이별한다는 알기 쉬운 스토리이다.
아마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그저 두 사람 사이 운명적으로 이끌리는 사랑과 뜨거웠던 한 때, 그리고 열병처럼 아프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 짧게 끝나는 사랑이 남긴 아픔과 성숙을 그렸던 것 같다.
얼마전에 재밌게 봤던 작은 아씨들에서도 미소년 캐릭터를 선보인 티모시 샬라메의 어리고 예쁘고 하얗고 슬림한 이미지와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서 더욱 그런건지는 몰라도 그런 어설프고 미숙한 사랑임에도 왠지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역시 감독의 역량과 캐스팅의 힘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여느 다른 퀴어영화와는 달리 정체성의 혼란과 자아확립 같은 식의 이야기를 굳이 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서로의 이끌리는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육체적인 탐닉을 갈구하는데에 촛점을 맞춘다.
주인공에게 이 사랑이 제대로된 첫사랑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젊은 날 서로를 소유하려 들만큼 열정적인 사랑이 한번쯤은 있었기에 관객에게 두 남자의 사랑이 거북하기보단 추억속의 자연스러운 연인에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뜨거웠던 여름, 녹색 찬란한 숲, 익어가는 과일, 에메랄드 빛의 푸른 바다는 그런 환상속의 사랑의 기억을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아마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깊었던 사랑을 서툰 감정으로 표현한 감독의 이러한 연출이 여러 평단에서 높이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수작으로 다가갔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두명의 연인이 그냥 남녀였어도 그런 평가를 받을만 했었나 하고 그런 의미에서 대중이 이 영화의 연인이 동성이었기에 더욱 애타는 감정으로 느껴야만 하는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동성애의 애절한 감정 코드는 어느 정도 기술적 편법 혹은 영화적 트릭 정도로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영화가 의외로 과대포장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말해 미안하지만 이 영화는 남자 항문에 남자 성기를 박는 이야기 임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고 그렇기에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려는 것은 주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두 주연이 한명은 이쁘고 한명은 멋지니까 그럴만하다 하지 만약 그들이 그냥 주변에 보이는 흔한 늙고 배나오고 더럽고 괴팍한 아저씨의 외모에다 아름다운 화면빨을 제하고 본다면 과연 이 이야기에 사람들이 아련한 감정을 가졌을까 의문이다.
수작이라 불릴만큼 좋았던 면이 있었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마냥 좋기만 했다고 말하기에는 걸리는 무언가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

 

2020.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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