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작 영화 그래버스 Grabbers 를 봤다.
독특하게도 자주 접할 일이 없는 괴수 코미디 스릴러 장르의 아일랜드 영화이다.
역시 아무 정보없이 보다 저예산 느낌이 물씬 드는 초반 분위기 때문에 시시하겠다 싶었는데 보다보니 생각보다 흥미진진하여 의외의 재미를 주었다.
우중충한 날씨와 한적한 시골섬의 분위기, 몇 안되는 가구라서 가족같은 마을 주민들의 순박함 등 매우 아일랜드스러운 환경의 배경에 갑분외계괴물이 등장하여 사람을 죽이고 그것에 대항하는 주인공 경찰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의외의 재미포인트는 무엇보다 외계괴물을 대하는 방식이 무척 B급스러운 점이고 코미디를 위해 개연성을 포기한 만큼 그것에 대항하는 방식이 우습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포인트는 이 생물체의 약점이라는게 알코올이 섞인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면 죽는다는 설정이고 그래서 살기 위해 술파티를 벌인다는 정말 개인취향저격인 영국식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이 황당한 시나리오에 박수를 보낸다.
이 와중에 남녀 로맨스도 큰 의미는 없지만 튀지않게 잘 녹여낸 것 같고 섬사람들의 코믹한 캐릭터도 자연스러웠으며 수작업 소품에 의한 특수효과는 조악한 B급 그대로였지만 C.G로 만들어낸 괴물은 의외로 8년전작치고는 퀄리티가 나쁜 편이 아니어서 몰입도를 올려주었다.
만약 일부러 설정해 놓은 허술한 컨셉이 자신의 재미코드와 맞지 않아 단순히 개연성없는 수준이하의 영화로만 보였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넘어가면 그만일 것이다.
비슷한 구성의 기존작도 있어왔지만 배경이 미국이 아닌 부분에서 좀 더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고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ERIN ISLAND 를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만 가상의 섬이었는지 찾을 수는 없어 왠지 아쉽긴 했다.
2020. 04. 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