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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돈 존

by pinike 2015. 9. 11.

조셉 고든 레빗 감독 조셉 고든 레빗,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 주연의 섹시 코미디 영화 돈 존 Don Jon 을 봤다.
나름 인기 많은 남자 주인공은 얼마든지 여자친구를 바꿔가며 섹스를 즐기지만 그는 현실에서의 별다른 자극없이 무미건조한 그녀들과의 섹스보다는 다양한 기술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된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어느날 그는 포르노 여배우들 보다 훨씬 뛰어난 외모와 신체조건을 가진 한 여자를 알게되고 그녀와 사귀게 되지만 그래도 그녀와의 섹스보다는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하는 것이 더 좋기에 그의 포르노 사랑은 계속 된다.
본인은 신체건강한 남성으로서 이 영화에 남자 주인공의 포르노 사랑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지만 아마 여성분들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남성상만을 강요한 딱 스칼렛 요한슨이 했던 사고와 행동 정도의 반응에서 머무를 것이다.
남성들은 강한 자극을 원하기에 여자든 동영상이든 나를 더욱 만족시켜 주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외면해 버리는 DNA를 이미 가지고 태어나기에 단순한 육체적인 만족에 집착하게 되고 중독되며 영혼은 그렇게 껍데기만 남은체 황폐해져 가지만 스스로는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기 힘들고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헤매게 된다.
결국 감독은 육체적이기만 한 섹스와 자극만을 추구한 포르노라는 소재를 통해 진실한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다.
정말 그 상대방을 온전히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해서 감정이 소통되고 교감되어 하나가 될 때 그 둘의 섹스는 세상에 온전히 둘밖에 없는 완벽한 상태에 이르러 최고의 행복을 안겨준다는 교훈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이미 예상한 정답 답안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엄연히 진실이고 사실이기에 충분히 공감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떠올랐던 또 다른 생각은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이 혼자인지 이미 오래된 남성이라면 포르노와 자위는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인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예전에 윤종신, 허지웅의 어수선한 영화이야기에 나왔던 장항준 감독의 한국판 돈존 체험기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하며 데뷔한 장항준 감독은 어느날 한 배우로 부터 매우 야한 동영상이 담긴 DVD를 선물받게 된다.
그는 노심초사 언제 이 DVD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기회를 엿보다 어느날 밤 부인이 잠을 자는 틈을 타 DVD를 볼 마음을 먹게 된다.
하지만 거실에 있는 데스크탑은 구입한지 오래된 낡은 사양의 PC라서 DVD를 읽지 못해 큰 방의 노트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자고 있는 큰 방의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가기엔 너무나도 케이블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 그것을 다 뜯어내고 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큰 방에서 그냥 보기로 한다.
뒤에 아내가 침대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노트북에 DVD를 넣었다.
영상은 시작되었고 화면은 기대만큼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지만 명색이 영화감독인지라 사운드가 없는 영상은 영상이 아니라는 신념에 그날따라 그 많던 이이폰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할 수 없이 거실에 있는 만원짜리 주먹만한 스피커를 떼어와 노트북에 연결해 감상을 하였다.
그러나 깜깜하고 조용한 가운데 사운드를 높일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사운드 볼륨을 1로만 올리고 스피커를 들어 귀에 갖다데어 감상을 했고 또 명색이 영화감독인지라 모노는 용서할 수 없다는 철학에 양손에 스피커 하나씩 들고 양귀에 갖다데어 스테레오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점점 영상은 무르익어 갔고 그의 몸과 마음도 점점 동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나 자신을 자극시키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양손은 스피커를 귀에 갖다대고 있었기에 그는 할 수 없이 허리를 꾸부려 팔꿈치로 자신의 중요부위를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등뒤로 쎄한 느낌과 함께 국정원의 감시에 눈초리 같은 것이 문득 느껴져 서서히 뒤를 돌아 봤는데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눈빛으로 아내가 쯧쯧 거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는 그녀를 향해 어색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아.. 추워서..
그녀는 그렇게 그를 쓰레기 쳐다보듯 쳐다보곤 그대로 방을 나가 버렸다. 끝

 

2015.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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