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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삼성이 ‘비정규직’ 허각을 광고 모델 쓴 이유는…

by pinike 2011. 1. 13.

삼성이 ‘비정규직’ 허각을 광고 모델 쓴 이유는… 
한 광고회사 노동자가 분석한 삼성의 광고 전략
 
2011년 01월 12일 (수) 15:22:21 고동우 기자 ( kdwoo@mediatoday.co.kr)  
 
금속노조가 발행하는 인터넷신문인 <금속노동자>(www.ilabor.org) 1월11일자에 거대기업 삼성의 광고 전략과 관련한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자신을 ‘모 광고회사에서 11년째 최신 대중 트랜드와 경향을 연구해온 광고 노동자이자 진보신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이경석씨는, 최근 ‘슈퍼스타K’를 통해 벼락스타가 된 허각씨를 삼성이 광고모델로 쓴 이유에 대해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한 글을 기고했다. 허각씨는 함께 스타로 올라선 존박, 장재인, 강승윤씨와 함께 삼성전자의 핵심 주력 제품 ‘갤럭시탭’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이씨는 일단 “역시 삼성답게 발 빠른 행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험부담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언제나 최상급 프리미엄 고급을 지향하는 글로벌 세계 최일류 삼성전자의 불문율 중 하나는 자신들의 초일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연예인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중학교 졸업장이 전부에, 블루칼라의 미천함(?) 마저 묻어나는, 더불어 속된 말로 아주 ‘싼티나는’ 허각은 자신들의 이미지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기용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대중이 원하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석씨는 이 대목에서 “삼성은 자사 연예인 광고모델 선정에서 약간의 ‘경향성’만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제외시키는 신중함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출생부터 불건전하거나 좌편향적이라고 낙인 찍힌 인물, 촛불시위 등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인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허각씨의 사례처럼 “대중들이 선호하고 환호한다면 삼성은 과감하게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허각)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가공하는 발 빠르고 민첩한 대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 광고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를 이씨는 이렇게 읽는다. “‘음악에 대한 포기하지 않는 꿈’이라는 그럴싸한 콘셉트로 묶어 내면서 88만원 세대들에게 말한다. 현실에 불만 갖지 말고 계속 꿈만 꾸라고, 허각처럼, 그러면서 100만원에 달하는 갤럭시탭을 과감하게 지르라고, 허각처럼, 그러다 보면 좋은 세상이 와서 이 지긋지긋하고 불우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허각처럼.”

그렇다면 이 메시지는 대중에게 먹힐까? 이씨는 “희한하게도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삼성전자의 능력이고 핵심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핵심 기득권(오너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은 절대 양보하지 않은 채, 세상의 변화와 대중의 기호에 따라 순식간에 변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민첩성과 개방성” 같은 것 말이다.

이경석씨는 “역시 삼성의 광고는 ‘광고쟁이’가 보더라도 매우 섬뜩하기 그지없다”고 놀라워했다.

 

다음은 <금속노동자>에 실린 이경석씨의 글 전문.

지난해 하반기 슈퍼스타K라는 한 케이블TV의 노래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1백34만 대 1이라는 기록적 경쟁률을 뚫고 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 벼락스타로 탄생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허각이다. 그가 화제가 된 이유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중학교만 졸업한 채 환풍기 수리공으로 살아왔던 ‘중졸학력 환풍기 수리공의 인생역전’이라는 배경 때문이리라. 사실 그와 경쟁했던 이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재학생인 엘리트로 키는 1미터 80센티의 훤칠한 인물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 다 갖춘 존박이었으니(미국에서 살았으니 요즘 최고의 계급장이라는 유창한 영어는 기본일테고) 대중은 ‘평민’ 허각에 환호했고 그를 선택했다.

이후 그는 MB정권의 새로운 화두인 ‘공정사회’의 상징 모델이라는 칭송과 함께 청와대까지 다녀오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한편 신임국무총리는 조계종에 신임인사를 갔다가 허각을 모른다는 이유로 “최신 트랜드에 둔감한 고지식한 인물”로 낙인찍히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설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를 모르고 있을까? 정말? 설마.

이렇게 탄생한 슈퍼스타 허각을 가장 먼저 모델로 섭외한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삼성전자의 핵심 주력 제품인 ‘갤럭시탭’의 광고캠페인. 역시 삼성답게 발 빠른 행보다.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허각은 위험부담이 큰 모델일 수 있다. 언제나 최상급 프리미엄 고급을 지향하는 글로벌 세계 최일류 삼성전자의 불문율중 하나는 자신들의 초일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연예인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중학교 졸업장이 전부에 블루칼라 미천함(?) 마저 묻어나는, 더불어 속된 말로 아주 ‘싼티나는’ 허각은 자신들의 이미지와 상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평민 ‘허각’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데 왜?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이 원하니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으니까.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삼성이라는 기업은 매우 철저하게 신중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매우 발빠르고 민첩하다는 평도 맞다. 반도체 라인의 백혈병 발병 의혹이나 내부 노조설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주류 언론의 입을 물 샐틈없이 틀어막는 철저함을 보여준다. 아울러 자사 연예인 광고모델 선정에 있어서는 약간의 ‘경향성’만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제외시키는 신중함도 보여준다.

이 기회에 업계에서 삼성과 관련해서 절대 금기시 돼 있는 연예인 모델을 밝히자면 출생부터 불건전한 문성근과 좌편향적이라고 낙인 찍혀 있는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또한 촛불 시위 때 소신발언을 했던 김민선과 같은 개념연예인도 포함되고 기부 많이 하면서 소신발언 많이 하는 김장훈도 속해 있다. 약간 다른 차원이지만 삼성그룹의 사촌기업인 신세계와 결별하고 돌아온 고현정도 결코 언급되면 안 될 인물.

하지만 삼성은 대중들이 선호하고 환호한다면 과감하게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 허각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가공하는 발 빠르고 민첩한 대응을 보여준다. 삼성은 “음악에 대한 포기하지 않는 꿈”이라는 그럴싸한 콘셉트로 묶어 내면서 88만원 세대들에게 말한다. 현실에 불만 갖지 말고 계속 꿈만 꾸라고, 허각처럼, 그러면서 100만원에 달하는 갤럭시탭을 과감하게 지르라고, 허각처럼, 그러다 보면 좋은 세상이 와서 이 지긋지긋하고 불우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허각처럼.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것이 대중에게 먹혀들어 간다. 사실 이것이 글로벌 삼성전자의 능력이고 재능이 아닐까? 철저하게 자신들의 핵심 기득권(오너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을 절대 양보하지 않은 채 세상의 변화와 대중의 기호에 따라서 순식간에 변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민첩성과 개방성. 이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삼성전자의 핵심경쟁력이다. 역시 삼성의 광고는 ‘광고쟁이’가 보더라도 매우 섬뜩하기 그지없다.

 

이경석 / 진보신당 당원,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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