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작가의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다 Why Fish Don't Exist :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 를 읽었다.
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역시나 어그로일까 아니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 와 비슷한 류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자는 글의 처음 혼돈을 언급하며 열역학 제2법칙에 도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을 소개하고 그의 삶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벌써 이상함이 느껴진다.
그가 어린 시절 겁많고 순박한 소년이었음을 강조하며 그 외 세상 즉 부모, 선생, 학교, 동료 등을 보수적으로 그리며 특히 독자들이 빌런으로 반겨할 만한 기독교를 언급하며 대적으로 설정하면서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리고 지금의 그로 이끈 그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나 그가 겪은 과정을 매우 과학적이고 탐구적이며 합리적인 양 소개하고 있기에 적어도 그의 시작은 호감인 것 처럼 그린다.
하긴 과학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언제나 문제는 사람이었다.
유명 박물학자가 섬으로의 모집 공고 이후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그의 삶의 괴적을 따라가는 글이 계속 되고 그럴수록 무신론은 짙어지고 과학적 탐구활동은 더욱 열정적이게 된다.
간혹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잊지 않고 있다고 눈치라도 보듯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게라도 언급하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에 아무 영향이 없는 형식상 구성이다.
데이비드의 행보는 계속해서 혼돈이라는 악마로부터 질서라는 선을 이뤄내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위대한 도전처럼 생각하며 그 노력이 인간을 구원해줄꺼라 믿고 있음을 강조한다.
평생을 그렇게 할 수 있다 믿었지만 그는 최초의 혼돈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의 업적은 의지라는 거짓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급격히 선회해 그가 속한 단체의 대표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집중하게 되고 비상식적인 정황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독살 의혹의 당사자인 그는 해고되고 이 후 열성우생학 전도사가 되어 미국문화에 강제불임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분류학이 지나니 분기학이 찾아온다.
껍데기가 아닌 내면을 보면 우리가 구분해 놓은 것과 실상은 다르다는 근거를 대면서 얼핏 어류라고 부르는 종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어느 것은 사슴과 닮았고 어느 것은 소와 닮았기에 하나로 규정이 안된다면서 결국 우리가 아는 물고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장난으로 결론에 이르른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성숙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끝을 맺는다.
예수가 인간이 지옥에 가는 이유가 두가지라고 했는데 하나는 게으름이고 또 하나는 어리석음이라 했다.
이 책은 주인공과 저자, 그리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첫 출발부터 잘못된 사람끼리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는 풍경이 우스꽝스럽다.
이 책이 니체를 닮았다고 하는데 니체 역시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이었는지 알고 있기에 비교대상마저 고작 그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별을 포기하고 우주를 얻었단다.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엇을 얻는가의 질문 역시 너무도 어리석어 보이는 것은 굳이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생명을 우연에 기댄다.
물고기를 포기하자면서 그래서 본질을 깨닫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복잡성을 알아가야 한단다.
이 책에서 바위에 머리를 내리치더라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는 죄된 인간을 발견할 뿐이다.
2025.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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